어렸을 때부터 나는 바다를 동경했어요.
세탁소집 딸에게 언젠가는 선장이 되겠다고 말했지요.
“두고 봐.”
_로베르토 인노첸티, <끝없는 항해>

처음에 갖고 있던 희망들, 기대, 동경.
그것들을 하나씩 이룬 후에는 무엇이 남아있을까?

어릴 적 우리들은 각자 여러 가지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커서 무엇이 되겠다, 무엇을 하겠다는 그런 기대를 가지고 인생의 항로를 정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을 따라 어떤 이들은 글을 쓰고, 공부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운동을 하고, 게임에 매달리고, 무엇을 만들거나 현장에서 땀을 흘렸습니다. 그 길은 길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나름대로 재미도 찾을 수 있었고, 즐거운 추억도 남길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묵묵히 항해하여 꿈꾸던 그곳에 도착했을 무렵, 우리는 멀리서 동경하던 그곳의 풍경이 실제로는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생각하던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 내가 원하던 것은 이것이 아니었는데. 이곳에 오도록 만들었던 초기의 희망, 기대, 동경들이 이제는 마음 속에서 희미해진 것을 느낍니다. 나는 왜 이곳에 오고자 했을까. 무엇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을까.

어쩌면 애초에 그것에 관해서 곰곰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내가 이것을 원했는지, 나는 이곳에 오고자 했는지. 그저 가 이것을 원한다고 생각해서 정신없이 달려왔을 뿐, 막상 이곳에 도착해보니 마음 속 등불이 꺼져버린 것 같습니다.

인생의 항로를 결정할 때,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칩니다. 나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나를 둘러싼 이들의 현재와 미래가 내 결정에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많은 것들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로, 희미한 안개 속에서 항해하는 것처럼, 그렇게 정해집니다. 스스로도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에 도달하고 싶은지 잘 깨닫지 못합니다. 자신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나를 둘러싼 이들의 현재와 미래를 고려하지만, 그 때도 분명하지 않았던 것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불확실해집니다. 그런 불확실함 속에서 내가 원하는 것, 아니, 내가 원한다고 생각했던 것과 현재 도달한 이곳 사이의 차이가 마음 속의 불일치감을 증폭시킵니다.

아마도 저는 우리가 마음 속에 품고 있는 불일치감을 조금 분명하게 만들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마음 속에 쌓아온 어떤 상(image)으로 이루어진 이상들, 그것을 함께 이야기하며 현실과 비교해보고 싶습니다. 그런 작업을 통해,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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