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간이 다른 한 인간에 대하여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과연 가능한 일일까?
즉, 누군가를 알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진지하게 노력을 거듭하면 상대의 본질에 얼마만큼 가까이 갈 수 있을까? 우리들은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상대에 관하여 그에게 정말로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고 있는 것일까?
_무라카미 하루키, <태엽 감는 새>

제가 하는 일은 주로 듣는 것입니다. 진료실에서 저를 찾아오시는 분과 마주 앉아 그 분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저를 찾아오신 당신은, 상태가 좋으셨을 때의 당신은 아닐 것입니다. 어쩌면 살아오면서 가장 힘든 때인지도 모르고, 그렇지 않더라도 가장 좋은 모습은 아니겠지요. 당신은 마음의 고통을 겪고 있고, 그렇기에 도움을 찾아 여기까지 오셨을 것입니다. 제가 할 일은, 당신에게 지금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고, 당신의 마음속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래서 ‘왜 마음의 고통이 느껴지는지’ 이해하는 것입니다. 제가 이해하게 되면, 당신도 저와 함께 스스로를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먼저 당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기에 이처럼 고통스러운지 이야기를 듣습니다. 타인의 기대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생각,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자기의 모습, 너무 많은 일을 전부 잘 하려고 노력하는 것,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못하는 엄격함, 사랑받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분명하게 살펴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러면 당신이 실제로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확실하게 알게 됩니다.

그 다음,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해 보려고 노력합니다. 같은 상황에서 괴로워하지 않는 사람도 있는데, 당신은 왜 이렇게 힘든지 알기 위해서는 당신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더 이해해야 합니다. 당신이 힘들어하지 않았어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은 그 사람에게 특정한 어떤 상황에서 괴로워 하겠지요. 하지만 당신이 겪고 있는 이 특정한 상황은 당신이란 특정한 사람을 괴롭게 하고 있습니다. 당신이란 사람은 지금껏 해오던 방식으로 여기까지 잘 살아오셨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잘 살아낼 수가 없고, 고통이 유발됩니다.

당신의 평생을 단 시간에 이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지요. 그래서, 더 귀기울여 들어봅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노력을 기울인다고 해서 당신의 본질에 얼마만큼 접근할 수 있을지 확실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을 이해하려고 기울이는 노력이, 결국 당신이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밑거름이 되리라는 확신은 있습니다. 제가 끝끝내 당신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당신은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충분한 게 아닐까요? 지금의 상황과, 스스로를 이해한 당신은 이제 지금의 풍랑을 헤쳐나갈 항로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예선에서 당신을 만나는 저의 존재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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