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팅 뜻이 뭐지?

요즘 언론 기사나 일상 대화에서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그런데 가스라이팅의 뜻은 정확히 뭘까요?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시점에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기준으로 이 단어는 국어사전에 실려있지 않습니다. 영어에서 유래된 단어이니 가스라이팅을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gaslighting
the action of tricking or controlling someone by making them believe things that are not true, especially by suggesting that they may be mentally ill:
사실이 아닌 것을 믿게하여, 특히 정신질환이 있을 수 있다고 암시함으로써, 누군가를 속이거나 통제하는 행위:
-Gaslighting is a form of psychological abuse.
-가스라이팅은 심리적 학대의 한 형태이다.
-His gaslighting was a deliberate attempt to convince her that she was losing her grasp on reality.
-그의 가스라이팅은 그녀가 현실에 대한 이해를 잃고 있음을 그녀 스스로에게 확신시키려는 의도적인 시도였다.
_Source: 캠브릿지 영영사전
즉, 가스라이팅의 뜻은 ‘누군가를 속이거나 통제하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실이 아닌 것을 믿게 하는, 특히 정신질환이 있을 수 있다고 암시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럼, ‘사실이 아닌 것을 믿게 하는, 특히 정신질환이 있을 수 있다고 암시하는’ 방법이란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요? 이것은 가스라이팅이란 단어의 유래가 된 조지 쿠커 감독의 1944년 영화 《가스등(Gaslight)》에 상세히 그려져 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폴라(Ingrid Bergman 분)는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였던 이모가 런던의 자택에서 살해된 후, 유일한 상속자로서 집을 물려받게 됩니다. 폴라는 이탈리아에서 이모의 스승에게 성악을 배우기 위해 보내지는데, 성악 교습 피아노 반주자였던 그레고리(Charles Boyer 분)와 사랑에 빠집니다. 결국, 폴라는 공부를 중단하고 그레고리와 결혼하여 이모에게 상속받은 런던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바로 이곳에서 그레고리가 폴라에게 하는 행동들이 ‘가스라이팅’이란 단어의 유래가 됩니다.
그레고리는 폴라가 이웃과 교류하는 것도, 외출하는 것도 막으려고 합니다. 그레고리는 조부모님 때부터 전해 내려온 소중한 브로치라며 ‘당신은 잘 잃어버리니까 조심하라’면서 폴라에게 브로치를 선물하고, 그것을 직접 그녀의 핸드백에 넣어줍니다. 그 후, 폴라는 그레고리와 외출을 하게 되는데, 외출 중 핸드백 속 브로치가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몸이 안 좋으니 집으로 돌아가자고 합니다. 폴라는 집에 돌아와 결국 그레고리에게 브로치를 잃어버렸음을 고백합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며 폴라는 스스로도 그레고리의 말처럼 자신을 ‘외출하기 어려울 만큼 아프고, 물건을 잘 잃어버리고, 기억력과 판단력이 의심스러운 사람’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밤이 되면 그레고리는 집에서 일하기가 힘들다며 작업실에 간다고 외출을 합니다. 그리고 조금 뒤, 집안의 가스등이 어두워집니다. 가스등은 1800년대~1900년대 초에 여러 방으로 이어진 관에 석탄 가스(coal gas)를 흐르게 하여 불을 밝히던 조명장치였습니다. 때문에 다른 방에 가스등을 켜면 이미 켜져있던 가스등의 밝기가 어두워지곤 했습니다. 폴라는 하인에게 다른 곳에 가스등을 켰냐고 물어보지만, 그렇지 않다는 대답에 가스등이 어두워졌다는 스스로의 판단을 의심하게 됩니다. 어두워지는 가스등, 밤늦게 천장에서 나는 발소리 등을 보고 듣지만 그것이 실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폴라는 자신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가스등이 어두워지고, 천장에서 발소리가 나는 것은 모두 진짜였습니다. 사실 폴라의 이모를 살해한 것은 그레고리였고, 그는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였던 폴라의 이모가 가지고 있던 수많은 보석들을 손에 넣으려고 폴라에게 접근한 것이었습니다. 밤에 집을 나선 그레고리는 몰래 옆집을 통해 다락방으로 들어와 폴라 이모의 숨겨진 보석을 찾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레고리는 폴라가 정신질환이 있을 수 있다고 암시함으로써 사실이 아닌 것을 믿게하여 그녀를 속이고 점차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바로 가스라이팅이라고 하게 된 것입니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 사용하는 가스라이팅이라는 말은 이런 의미가 좀더 확장된 것 같습니다. 꼭 ‘정신질환이 있을 수 있다고 암시’하는 방법을 쓰지 않더라도, 반복적으로 세뇌하는 등의 방법으로 스스로의 기억력이나 판단력에 의심을 갖게 하고, 주변 사람들과의 접촉을 차단하여 자신의 판단력에 대한 의심을 교정할 기회를 없애 그 사람을 통제하려 하면 가스라이팅이라고 지칭합니다. 아래 언론 기사에서 가스라이팅을 언급하는 표현을 보면, 이런 식으로 단어를 사용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검찰은 이 씨가 피해자인 남편 윤 모 씨를 이른바 ‘가스라이팅’을 가했다고 봤습니다.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하고, 자신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하게 만든 뒤 착취해왔다는 겁니다.
(중략)
이 씨는 윤 씨의 일상을 철저히 통제했고, 가족과 친구들로부터도 떨어뜨려 놓아 정상적인 판단을 내리기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_Source: KBS 뉴스
정리하자면, 가스라이팅의 뜻은 스스로의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고 믿게 만들어 누군가를 통제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댓글을 남겨주세요
Want to join the discussion?Feel free to contribu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