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 마세요! 정신과 약 사용에 대한 오해와 진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사용하는 약물에 대해 여러 가지 이유로 불안해 하는 경우가 있어 이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먼저, 뇌나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약이라고 하니 막연히 걱정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뇌에 작용하는 물질들이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커피, 술, 담배와 같은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 주로 뇌에 작용합니다. 사람들이 자주 마시는 커피나 에너지 드링크에는 카페인이 들어있는데, 카페인은 뇌에서 피로를 느끼게 하는 아데노신의 작용을 막아 피로를 느끼지 않게 해줍니다. 하지만 피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피로를 ‘느끼는’ 것을 막기 때문에, 카페인의 작용이 끝나면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더 심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술에 들어있는 알코올은 이완을 담당하는 뇌의 부분 등에 작용하여 불안이 일시적으로 감소하고, 기억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며, 균형을 잡는 데에 어려움을 겪게 하고, 잠이 들게 하는 등의 효과를 가집니다. 담배에 들어있는 니코틴 역시 뇌에 작용하는 물질인데, 보상회로에 영향을 미치면서 중독성이 강해 담배를 끊기 어렵게 만듭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사용하는 약물도 이와 비슷하게 뇌에 작용하는 물질들 중 하나일 뿐이라, 그런 측면에서 보면 별로 다를 것이 없습니다. 다만, 이들 약물은 좀더 정신건강 상태가 좋아지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약이 몸에 안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만약 약을 먹어서 몸이 안 좋아진다면 그 약이 잘 맞지 않는 것일 수 있습니다. 약을 먹으면 안 먹었을 때에 비해서 상태가 더 좋아져야 하며, 적어도 좋은 점이 안 좋은 점보다 더 많아야 합니다. 우울증, 불안장애, 강박증 등에 많이 사용하는 세로토닌 계열 약물들은 대개 뇌의 신경세포 사이에서 세로토닌의 농도를 높여주는 형태로 작용합니다. 세로토닌의 농도가 높아지면, 우울이나 불안이 줄고 마음이 전반적으로 편안해지게 됩니다. 결국 정신건강의학과 약물도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커피, 술과 같이 주변에서 흔하게 접하는 물질과 비슷하게 뇌에 작용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작용한다는 차이만 있습니다.
다음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에 대한 중독이나 의존을 걱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신체적 의존성은 주로 금단 현상이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커피의 카페인도 금단 현상이 심한 물질 중 하나입니다. 금단 현상이란, 물질을 사용하다가 중단했을 때 어떤 생리적인 현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커피를 계속 마시다가 중단하면 두통, 피로, 활력 저하, 짜증, 불안, 집중의 어려움, 우울, 떨림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커피를 끊기가 어렵게 됩니다.
금단 현상은 물질이 몸에서 빠져나가면서 변화를 느끼게 되는 것으로, 시간이 지나면 점차 사라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런 물질을 중단할 때는 양을 서서히 줄이면서 몸이 줄어든 양에 적응할 시간이 충분해지도록 해서 금단 현상이 잘 나타나지 않게 합니다. 물질은 섭취되면 체내에서 작용을 하고 점차 몸 밖으로 배출되는데, 이때 혈액 속 농도가 절반으로 떨어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반감기라고 합니다. 반감기가 짧은 물질은 몸에서 빨리 빠져나가기 때문에 금단 현상이 잘 생깁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약물 중에서도 반감기가 짧아 금단 현상이 있는 약들이 있습니다. 이런 약들은 중단할 때 서서히 용량을 줄여가게 되는데, 의사의 처방에 따르면 금단 현상을 잘 겪지 않게 됩니다. 물론, 반감기가 긴 약들은 금단 현상이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럼 반감기가 긴 약들만 사용하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만 반감기가 짧고 긴 것에는 각각 장단점이 있습니다. 반감기가 짧은 것은 금단 현상은 심하지만, 몸에서 빨리 빠져나가므로 해당 약을 과량 복용했을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피해를 덜 주거나, 약이 맞지 않아 불편함이 심할 때는 약을 중단하면 빨리 불편함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습니다.
한편,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이 내성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내성이란, 어떤 물질을 계속해서 사용하다보면 같은 효과를 보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양이 필요한 현상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매일 커피를 1잔씩 마시다 보면, 처음에는 잠이 깨는 것 같았지만 점점 갈수록 1잔으로는 아무런 효과가 없어져서 2잔을 마셔야 잠이 깨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술을 거의 매일 마시게 되면 점점 주량이 세지는 현상도 나타납니다. 카페인이나 알코올은 내성이 생기는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약물 중에도 내성이 생기는 것들이 있습니다. 주로 신경안정제 계통이나 졸피뎀 같은 Z-drugs 약물들입니다. 내성이 생기는 약물이라도 초기에는 효과가 있으므로 보통 이런 약들은 단기간 사용하고 중단을 시도하게 됩니다. 오래 사용하면 내성이 생기게 되어 같은 효과를 보려면 양이 점점 늘어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내성이 생기지 않는 정신건강의학과 약물들이 더 많습니다. 세로토닌 계열 약물(SSRI, SNRI) 등과 같이 대부분 주 치료제로 사용하는 약물들은 내성이 생기지 않아 수 개월에서 수 년 이상 장기간 사용하면서 용량을 똑같이 유지해도 효과는 동일하게 유지됩니다. 주 치료제로 사용하는 약물과 필요한 경우 단기간 사용하는 신경안정제 같은 약물의 배합은 상황에 따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판단해서 더 도움이 되는 쪽으로 처방을 하게 됩니다. 약에 대한 걱정이 있다면 의사와 상의하면 됩니다.
또한, 약을 한 번 사용하게 되면 나중에 조금 힘들면 또 찾을까봐 걱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걱정을 이해할 수 있지만, 자동차나 스마트폰 같은 다른 문명의 이기를 예로 들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가 없을 때는 걸어다니거나 말을 타고 다녔지만, 요즘에는 자동차가 있어서 멀리 가는 길도 걱정 없이 차를 타고 다닙니다. 한 번 자동차를 타봤더니 편해서 계속 어디 갈 때마다 자동차에 의지하게 될까 봐 걱정한다는 것은 좀 이상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자동차가 있어서 자동차를 타고 싶으면 타고, 타기 싫으면 걸어가면 되는 선택권이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이 처음 나온 것은 1950년대이고, 요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사용하는 약물들 중 많은 경우가 1990년대에서 2000년대에 출시된 ‘문명의 이기’입니다. 그 전에는 고통 받으며 견딜 수밖에 없었던 것들을 요즘에는 약물을 사용하면서 자동차를 탄 것처럼 편안하게 지나갈 수 있습니다. 자동차에 의지하게 될까 봐 걱정하는 것과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에 의지하게 될까 봐 걱정하는 것은 비슷한 종류의 걱정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정신에 작용하는 약물이라고 특별할 것은 없고, 문명의 이기 중 하나이므로 사용해서 편안해지는 것도 방법이라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약물을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하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때는 의사와 상의하여 중단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약물들은 적절한 처방을 통해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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